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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탄저균 유출사고로 2000여명이 사망한 죽음의 도시 [서프라이즈]

 

 

1979년 3월 소련 스베르들로프스크 (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갑자기 사람들이 기침을 하다가 쓰러지고 몇일간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다.

 

그러다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는데 

 

두달간 이렇게 사망한 사람은 무려 2천여명에 달했다. 

 

 

소련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15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공업도시 스베르들로프스크 이곳에 위치한 도자기 공장의 직원이 사망한것을 시작으로 직원들이 그와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했다. 마을 전체에도 사망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떤이유로 사망하는지 그원인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자 도시에 원인모를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학교들과 일제히 휴교에 들어가면서 거리는 인적이 끊겨 마치 유령도시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망자들은 계속 늘어만 갔고 두달사이 사망자는 수천 명에 달했다. 

 

 

 

스베르들로프스크 도자기 공장

 

그시각 미국 백악관 냉전시대였던 당시 CIA는 인공위성을 통해 소련 전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는데 특히 스베르들로프스크 소련 군수산업의 중심지로 집중 감시지역이었다. 그런데 위성 사진을 판독하는 과정에서 군용트럭 수십대가 스베르들로프스크에 집결했으며 소련의 국방장관이 이곳에 방문했던 사실이 포착되었던 것이다. 이사실을 보고 받은 지미 카터 대통령은 도시에 큰일이 발생했다고 추측했고 시민들의 갑작스런 사망원인을 밝혀달라고 소련정부에 공식요청했다. 소련정부는 시민들이 탄저병Bacillus anthracis 에 걸린 소고기를 섭취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탄저병(anthrax)은 곰팡이의 일종인 탄저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세균성 질환인데 일반적으로 탄저병은 토양에 존재 하지만 그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탄저병에 걸리지 않고 풀을뜯어먹고 사는 소나 양, 염소등 주로 초식동물에게 발병한다. 그런데 사람이 탄저병에 걸린 동물을 섭취할 경우 탄저균이 인체로 들어와 독성이 있는 포자를 만들어 내고 이 포자가 대량 번식하면서 탄저병에 걸리게 되는데 소련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스베르들로프스크의 도축업자가 탄저병에 걸린소를 도축한뒤 암시장에서 판매했고 이 소고기를 섭취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탄저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사망자의 수는 수천명이 아니라 66명에 불과 하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은 소련정부의 해명에 몇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1. 피해자들의 사망전 증상

만약 소련정부의 설명대로 탄저균에 감염된 소고기를 섭취해 탄저병에 걸린것이라면 포자가 장에 집중적으로 번식하므로 구토와 복통, 설사등의 증상을이 나타나야 하지만 사망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침과 고열, 호흡곤란등 이와 상관 없는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다. 

 

 

 

 

 

의혹2. 사망자 발생지역

소련정부의 설명대로 라면 지도상에서 사망자 발생지역은 소고기가 거래된 암시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분포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동쪽으로 길게 분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미 당국은 이를 근거로 소련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벌였다고 추측했지만 확실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13년후인 1992년 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미국으로 망명한 소련의 생화학자 켄 알리백 박사는 생화학 무기로 개발된 탄저균이 유출되어 스베르들로프스크 시민들이 사망한것이라고 폭로했다. 박사는 스베르들로프스크에 위치한 생화학무기 연구소 바이오프레페레 Biopreperat 의 총책임자 였는데 이 연구소에서 생화학무기로 개발된 탄저균이 유출되면서 2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바이오프레페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5년 스탈린이 세운 연구소였다. 당시 스탈린은 일본 731부대에서 전쟁포로를 대상으로 각종세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보고서를 미군이입수한 사실을 알게되는데 이에 위기감을 느낀 스탈린은 스베르들로프스크에 생화학 무기 연구소를 건설하였고 대규모의 과학자를 투입해 새로운 생화학 무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1979년 생화학무기로 특수 개발된 탄저균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만약 사람이 호흡기를 통해 이 탄저균을 흡입하게되면 유출된 탄저균은 단 1그램 만으로도 수천명을 죽일수 있는 엄청난 살상력을 지녔는데 얼마나 유출된 양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탄저균에 유출되었을 당시 스베르들로프스크에는 북서풍이 불고 있었는데 유출된 탄저균은 바람을 따라 연구소 남동쪽으로 이동했고 근처에 도자기 공장 직원들을 비롯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시민들이 탄저균에 감연된 공기를 마시고 대거 사망했던 것이다. 

 

 

 

 

당시 소련의 서기장이었던 브레즈네프는 이사실을 은폐하고자 했는데 1975년에 발효된 생물 무기 금지 협약(BWC)에 따라 모든 국가에서는 생화학 무기를 소유할수 없었고 이전에 개발한 무기 역시 폐기해야 했다. 만약 소련이 몰래 생화학 무기를 개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게될것이었다. 이에 브레즈네프는 국방장관을 스베르들로프스크로 보내 사망자들의 진료기록을 모두 폐기하고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 화장하도록 명령했다. 이후 스베르들로프스크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포착한 미 당국이 시민들의 사망원인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탄저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고 사망한것이라고 발표했던것이다. 결국 13년후인 1992년 스베르들로프스크의 생화학 무기 소장이었던 켄 알리벡 박사가 미국으로 망명한뒤 모든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건의 진실이 들어났고 이후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모든 사실을 인정하며 피해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소련이 비밀리에 개발중이던 생화학무기 탄저균이 유출되면서 수천명이 사망한 사건 13년이 지난 뒤에야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지만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러시아 당국에 적절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탄저균에 대한 영상